21세기 최고의 책

2000 ~ 2024

21세기 최고의 책

기억할 책, 함께할 책
소년이 온다 페미니즘의 도전 사람, 장소, 환대 젠더 트러블 날개 환상통 21세기 자본 파친코 멀고도 가까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채식주의자
세계 끝의 버섯 고래 끝과 시작 사당동 더하기 25 정의란 무엇인가 부모와 다른 아이들 금요일엔 돌아오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 페르세폴리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망명과 자긍심 랭스로 되돌아가다 작별하지 않는다 파이 이야기 나의 눈부신 친구 타인의 고통 소금꽃나무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 오월의 사회과학
나를 찾아줘 일탈 킨 아픔이 길이 되려면 시스터 아웃사이더 디디의 우산 달걀과 닭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사피엔스 디아스포라 기행
상실 붉은 인간의 최후 반지의 제왕 밝은 밤 존재양식의 탐구 전사들의 노래 올빼미의 없음 축의 시대 나를 보내지 마 유언을 만난 세계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2025년을 맞아 알라딘은 21세기의
첫 25년을 갈무리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알라딘은 작가, 번역가, 편집자,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 주변의 106인에게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출간된 1,118,869종의 책(참고서, 잡지 제외) 중에서 '21세기 최고의 책' 10권을 골라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최고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기에, '기억할 책, 함께할 책'이라는 부제를 통해 '지난 25년간 출간된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 현재의 세계에 영향을 끼친 저작, 앞으로의 세대를 위해 더 많이 읽혀야 할 책'이라는 느슨한 기준을 제시 했습니다. 이 요청은 출판계 전체를 아우르거나, 독자들의 마음 깊은 곳을 헤아리는 등 각자의 고민을 거쳐 다양한 양태로 도착했습니다. '최고의 책'을 고르는 완전하고 무결한 기준이 있을까요? 우리는 작고 세심한 예외들을 허용하기로 했고 덕분에 목록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무엇인가가 되었습니다. 책 주변의 106명이 각자의 고민을 통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을 공개합니다.
21세기 최고의 책 : 기억할 책, 함께할 책
이은혜의 10권
시적 정의를 추천하는 이유

사회과학에 감정의 요소를 들여와 연민과 공감능력이 어떻게 사회를 바꿔나가는지 끊임없이 논한 사상가로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쳐왔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애덤 스미스의 감정 연구를 연대기적으로 좇은 뒤 그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일어서 수많은 문학작품이 사회과학의 결여를 어떻게 메우는가를 부드럽게 보여준다. 주목할 것은 매끈한 천 바깥으로 삐져나온 실밥과 보푸라기들이다.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추천하는 이유

20세기에 저자가 한 역할은 프랑스 좌파 지식인들과 대담을 나누고 전기를 쓰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의 역할이었다면, 자기 해부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에서는 엘리트층, 지식인, 이념적 좌표에서 모두 어느 정도 벗어나 회고록의 전범이 될 만한 글을 보여주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하는 이유

한강의 역사의식과 시적 문체가 계속 쌓여오다가 절정에 다다른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미지가 압도적이어서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의 뇌에 상흔을 남기는 것이고, 그 상흔은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증거다.

세계 끝의 버섯을 추천하는 이유

21세기는 인류학 연구가 빛을 발한 시기다. 불평등,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기조가 인류학 연구 분야에도 이어져 필드 연구는 전 세계적 노동 현장으로 향해 갔다. 이 책 역시 송이버섯 채취 이주 노동자들의 세계를 인류학자의 눈으로 탐구하는데, 지난 25년간 나온 인류학 책 중 가장 흥미롭다. 많은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체계’ 비판적인 연구를 하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자본주의 체계로 인해 자기 연구의 효용성을 비관하지만, 이 책은 그런 사회과학자들에게 체계의 빈틈을 노릴 만한 귀감이 되고 있다. 독자 역시 사회과학의 체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언어를 직접 접하며, 중국과 미국의 숲에서 버섯 향기를 맡으며 자본주의 체제로 가장 깊숙이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뇌를 추천하는 이유

21세기는 뇌과학의 시대다. 근대의 병리적 증상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인문학과 뇌과학은 융합되기 시작했다. 인문학자들은 뇌과학에서 문학이 인류 역사에서 해온 역할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찾아낼 수 있었고, 뇌과학은 인문학에서 뇌과학 연구의 근거가 될 만한 것들이 이미 다 구현되어 있음을 엿보았는데, 다마지오의 이 책은 그런 연구 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우정을 추천하는 이유

바르트, 뒤라스, 푸코 등 프랑스의 문필가들은 자기 글쓰기의 시원으로 블랑쇼를 들곤 한다. 블랑쇼 선집이 번역된 것은 21세기 한국 출판계에서 큰 성과인데, 그중 『우정』은 바타유를 비롯한 여러 인물 속으로 깊이 들어가 저자와 인물 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며 ‘우정’이란 단어의 의미를 바꿔놓는다. 우정은 사귐이지만 그것은 눈맞춤이나 악수로 깊어질 수 없고, 사교활동으로 맺어질 수도 없다. 이 사귐에는 반드시 읽기와 쓰기가 개입되어야 한다. 너와 나 사이에 글이 결여되어 있다면 서로 감각도, 정서도, 지성도 자극하지 못해 우정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쓰지 않는 고급 독자’라는 말이 모순이듯이, ‘읽고 쓰지 않는 이들 간의 우정’도 아이러니다. 21세기에도 독자들은 끊임없이 블랑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여럿 있다.

상황과 이야기를 추천하는 이유

21세기는 회고록의 시대다. 미국에서는 이미 그 역사가 오래됐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몇 년 새 회고록 붐이 일었다. 비비언 고닉 록산 게이를 비롯해 수많은 회고록이 있는데, 일일이 꼽기 힘들어서 회고록과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지침인 『상황과 이야기』를 추천한다. 비비언 고닉은 회고록계의 큰 별이고 가장 전범이 될 만한 회고록을 남겼다. 고닉은 “감정이 곧 경험”임을 자신의 여러 책을 통해 밝한다. 인간은 사실 감정을 기억에 각인하기 때문에 감정이 곧 경험이라 말할 수 있고, 그런 면에서 회고록은 감정-기억-경험의 인간 속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살과 돌을 추천하는 이유

고대부터 당대까지, 즉 문명사적 접근은 수많은 지성인이 시도하려는 바다. 당연히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은 책도 21세기 최고의 책 10권에 들어야 하며, 리처드 세넷의 도시 문명사를 기술한 이 책 역시 역작이다. 글은 흔히 생각하면 ‘정신’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육체’를 중심 삼아 쓰였고, 육체가 글이 될 때 글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가를 입증한다. 물론 육체의 고백, 육체를 정신화한 책은 20세기에도 지배적이었지만, 세넷의 이 책은 아테네라는 아크로폴리스와 뉴욕이라는 메트로폴리스 사이의 역사를 넘나들며 살의 접촉을 가진 도시가 왜 궁극의 도시가 되어야 하는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를 추천하는 이유

소크라테스의 대화에서부터 시작해 입말은 글쓰기, 혹은 책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특히 저명한 저자들이 돌연사할 때 그들의 강연록이나 대담은 곧잘 유작이 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마지막 책이 된 바르트의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는 그러나 완전한 가르침을 보여준다. 말이 완벽하게 글이 되는 사례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 말의 자유로움 속에서 주제는 점점 더 깊어진다. 소설 쓰기에 대해 강의하는 이 책은 바르트가 소설 쓰기라는 그 불가능한 주제에 어떻게 점점 다가가며 현실화하는지 지적이고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추천하는 이유

계급이 개개인 몸의 질병으로 드러나는 것을 대규모 실증 사례들을 통해서 밝혀나간다. 2014년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자본소득으로 인한, 그리고 1대 99의 사회)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수많은 불평등 관련 연구가 쏟아졌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건강불평등이었다. 김승섭 교수의 이 책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적실한 연구였다.

추천인 소개

인문출판사 글항아리 편집장.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교수신문> 기자를 거쳐 출판 편집자로 15년 넘게 일했다. 제54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상을 받았고,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겨레21>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써왔다. 지은 책으로 『읽는 직업』이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15,120원(10%) / 840원
시적 정의
마사 누스바움 지음, 박용준 옮김
18,000원(10%) / 1,000원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31,500원(10%) / 1,750원
상황과 이야기
비비언 고닉 지음, 이영아 옮김
14,400원(10%) / 800원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지음
16,200원(10%) / 900원
살과 돌
리차드 세넷 지음, 임동근 옮김
21,600원(10%) / 1,200원
랭스로 되돌아가다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16,200원(10%) / 900원
우정
모리스 블랑쇼 지음, 류재화 옮김
30,400원(5%) / 960원
스피노자의 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임지원 옮김, 김종성 감수
22,500원(10%) / 1,250원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31,500원(10%) / 1,7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