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클레어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시인이자 퀴어 환경 운동가이다. 장애와 퀴어와 환경은 그의 유일하고 고유한 ‘몸마음’(bodymind) 속에서 따로 놀지 않는다. 분리되지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그의 지향은 관례적이고 통상적인 자유주의의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깊고 위태롭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어둠 속까지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 섣부르게 냉소하지 않고 비아냥거리지 않고 미리 정해진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그가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물론 적당한 타협과 중재의 영역이 아니다. 한 차원 높고 멀고 깊은 비타협적 싸움의 세계이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관례와 편견과 혐오와 적과 우리 자신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이 싸움이 끝이 없으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시인으로서 그의 문장이 유려하고 서정적이면서도 단단한 논리와 이론과 질문으로 무장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표준적인 정치적 올바름으로 자기만족을 얻는 독자이건, 자신도 모르게 백래시에 가담하는 냉소적 독자이건, 일라이 클레어가 개진하는 밀도 높은 사유와 고통스러운 희망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외국 인문학 도서로 범위를 한정했으며, 한국어본 출간연도 순으로 열거합니다.)